1화 내 자네를 집사로 스카웃 하겠네!
2013년 그 해 여름,
옥탑에 자취 중이었는데 옥상에 새 이웃이 들어왔었다.
옥상 한편에 사용하지 않는 철문이 벽에 기대어져 있었는데, 그곳에 고양이 가족들이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 울음소리가 몇 시간 간격으로 밤낮 가리지 않고 규칙적으로 울렸지만, 우렁찬 목소리가 나는 마냥 싫지는 않았다.
그저 아기 고양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랐다. 그래서 궁금했지만 어미 고양이가 싫어할까 평소 자주 들락거리던 옥상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울음소리가 한 녀석만 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옥상이다 보니, 어미냥이 사냥하는 출퇴근길이 불편했을 거라 다시 이사를 가는 것이리라.
여름 장마가 한창이라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어미냥이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한 녀석을 포기한 걸까.
비는 계속 세차게 내리는데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종일 멈추질 않았다. 방 안에 앉아 각종 포털을 검색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한참을 알아보고 또 고민했었다.
아기 고양이가 이 빗속에서 저체온증이 오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더 늦기 전에 임시보호라도 해야 하는 걸까. 그러다 어미가 오면 어쩌지.' 그렇게 갈등을 하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우선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 서서 생각에 잠겨있는데, 보금자리를 비집고 나온 아기 고양이가 아장아장 내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녀석은 손바닥보다 작았고, 아직 눈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정확하게 내게로 걸어왔고, 다리 주변을 돌다 발치에 앉아 나를 올려다보며 울기 시작했다.
걸어오는 모습부터 숨죽여 보고 있던 나는, 올려다보는 아기 고양이의 얼굴을 보고 바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근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올려다보던 아기 옹이의 그 찰나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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